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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자연모사(biomimetic): 자연의 지혜를 배우다
2016.02.18
우리가 생활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물건과 물질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의 대부분이 자연에서 온 것이 많으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 중에도 자연을 표방한 물건들이 있지 않을까?
자연을 그대로 따라하다. 자연모사는 자연의 형태나 자연물질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거미줄, 연꽃의 잎, 잘 달라붙는 식물의 씨앗(도꼬마리, 도깨비바늘, 쇠무릎, 털이슬 등), 물총새의 사냥, 소금쟁이, 바다오리 등에서 착안한 제품들이 우리생활에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모사는 공학 분야에서 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들에서도 더러 만나볼 수 있다.
스프링모양의 실크단백질인 거미줄은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5배 이상 강한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세구조 고분자 섬유를 개발하여 방탄복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연꽃의 잎에 물이 떨어지면 물이 묻어나지 않고 또르르 흘러내리는 원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연구자는 물과 기름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섬유, 유리, 페인트 등에도 이용할 수 있는 나노섬유 표면가공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또한, 가을에 수풀이 우거진 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옷이나 털에 잘 달라붙는 식물의 씨앗들(도꼬마리, 도깨비바늘, 쇠무릎, 털이슬 등)이 떼어내기 귀찮을 정도로 옷에 붙어있어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할 때가 있는데,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Wikimedia commons)를 개발했던 사람은 이를 불편함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고, 잘 붙는 성질을 장점으로 보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기나 소금쟁이가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표면장력 때문인데 이에서 착안하여 물의 표면에서 이동이 가능한 소금쟁이 모사로봇이 제작되었고, 비행도 하고 바다에서 잠수도 할 수 있는 비행잠수로봇은 바다오리에서 그 열쇠를 찾았으며, 일본에서 가장 빠른 기차로 알려진 신칸센은 물총새의 사냥(물총새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매우 빠른 속도로 물속으로 다이빙하여 먹이를 잡아도 주변에 물이 튀지 않는 점) 모습에서 착안하여 열차의 앞면을 교체하였는데, 물총새의 부리모양을 본 따 만든 신칸센의 앞면은 바람의 저항을 덜 받게 되어 소음이 줄어들었으며, 에너지가 절약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한층 살기 편해졌고, 앞으로도 더욱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몇 천 년을 지구에서 적응하여 살아온 만큼 우리가 배워나갈 수 있는 삶의 지혜가 풍부한 최고의 스승임에 틀림이 없으며, 15세기에 이미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다”라고 얘기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화가, 과학자, 공학자)의 말에 다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내 주변의 물건 중에도 자연을 모방한 제품이 있는지 찾아보고,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이 생활에 도움을 주는 친구이자 스승인 자연과 멀어지지 않도록 나 또는 우리가족이 자연과 더불어 살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원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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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태(mimcry) 이야기 (2)
2015.08.31
의태(mimcry) 이야기 - (2)
내가 예전 대학시절에 본 영화 중에 잭 니콜슨 주인공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가 있다. 형무소에서 강제노역을 피하기 위해 정신이 멀쩡한 남자가 정신 이상인 것처럼 가장 하면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환자를 완전히 통제하고자 하는 간호원장에 맞서서 자유를 되찾으려고 싸운다는 내용이다. 내가 그 영화를 보았을 당시에는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억압이 심했던 시절이었기에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운다는 이 영화의 내용이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비록 영화의 마지막은 절망적이었지만...
여기서 뻐꾸기는 미국의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는 속어로 ‘미친 녀석’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영화제목에서 뻐꾸기 둥지는 정신병원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야생에서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뻐꾸기 둥지는 세상에 없다.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우는 대신 다른 새가 만든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도망을 간다. 더욱이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둥지에 있는 배다른 형제들을 모두 둥지에서 떨어뜨려 죽여 버린다. 그리고 양부모의 사랑을 혼자서 듬뿍 받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부모는 뻐꾸기 새끼가 자기 새끼인줄 알고 지극 정성으로 길러낸다. 다른 동물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것을 탁란이라고 한다. 이렇게 야생에서 뻐꾸기 탁란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야비하면서 잔인하다.
뻐꾸기 외에도 탁란을 하는 동물들은 조류, 곤충, 어류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탁란은 한 생물이 새끼를 기르기 위해 다른 생물(숙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은혜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해를 끼치기에 기생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탁란을 하는 생물은 알을 몰래 낳기 위해 숙주를 속여야 하는데 이때 여러 가지 속임수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감돌고기는 알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꺽지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수십 마리의 감돌고기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꺽지 수컷이 이리저리 감돌고기를 쫒아내느라 정신이 없을 때 암컷이 몰래 알을 낳고 수컷은 그 위에 정자를 뿌리고 달아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꺽지는 감돌고기 알을 지극정성 보호하면서 길러낸다.
뻐꾸기의 속임수는 더 기이하다. 대개 탁란을 하는 조류는 특정한 종에게만 탁란을 하는데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게 탁란을 한다. 숙주가 되는 조류는 자신의 알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낳은 알과 다르게 생긴 알은 둥지에서 골라낸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뻐꾸기는 진화를 통해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 알과 비슷한 알을 낳는다. 그리고 숙주가 되는 새가 또 다시 진화를 해서 다른 색깔이나 무늬를 가진 알을 낳으면, 역시 진화를 통해 비슷한 알을 낳는 뻐꾸기가 나타난다. 쉽게 탁란을 하기 위해 다른 새의 알을 흉내 내는 것이다(알 의태).
숙주가 되는 새들은 뻐꾸기가 탁란을 하기 위해 나타나면 알을 낳지 못하도록 공동으로 방어를 한다. 하지만 뻐꾸기의 날개무늬는 매 종류의 것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탁란을 하고자하는 둥지 위를 그냥 휙휙 날라 다니면 맹금류인 매가 나타난 줄 알고 알을 품고 있던 어미새가 둥지를 비울 때를 노려 몰래 알을 낳는 것이다(매 의태). 그리고 알을 낳을 때도 뻐꾸기의 알 무늬와 비슷한 알이 있는 둥지에만 알을 낳는다. 당하는 새들은 억울하겠지만 뻐꾸기의 탁란은 기이하면서도 놀라운 능력이다.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김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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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단풍이 물든 은행나무
2015.07.31
노란 단풍이 물든 은행나무
이제 학교에도 완연한 가을이 왔다.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고,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파란 하늘과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무리 나무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소나무와 은행나무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흔하고 다른 나무들과 구분하기 쉬운 나무이다. 또 하나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 열매를 통하여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학교에서도 은행나무 열매가 짓밟혀서 나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냄새가 그리 좋지 못하여 사람들이 인상을 쓰는 일도 제법 많다. 단풍이 들면 아름답고, 주변에 흔하게 있으며, 그 씨앗을 먹기도 하지만 열매의 냄새는 좋지 못한 은행나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은행나무는 열매는 왜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과육이 있는 열매는 대부분 동물이 먹고 그 안에 있는 씨앗을 배설을 하여 멀리 퍼트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은행나무 열매 중에서 냄새를 풍기는 부분은 이 과육인데, 은행열매를 먹고 그 씨앗을 배설하려면 작은 동물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일부 학자들은 은행나무가 고생대부터 지구상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 열매를 먹고 배설하는 과정은 과거 대형동물 중 썩은 냄새를 좋아하는 파충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공룡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는 삵이나 오소리 같은 동물이 먹는다는 보고가 있긴 하지만 은행나무의 씨앗을 퍼트기는 동물은 덩치가 커서 높은 나무에 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공룡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공룡이 선호하는 냄새를 풍기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은행나무의 자생지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종자를 퍼트려 주는 공룡이 멸종되어 사라지고 기후가 변화하면서 과거 11종에 달하던 은행나무속의 식물은 멸종하고 지금은 단 한 종인 은행나무만 사람들에 의하여 키워지고 있다.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인기가 많은데 지금처럼 가을이 되면 냄새가 많이 나고 길거리에서 은행 열매를 채취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교통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은행나무를 유심히 관찰을 해봤다면 어떤 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는데, 어떤 나무는 낙엽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은행나무가 암수딴그루이기 때문이다. 즉, 암컷인 나무와 수컷인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이다.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은 당연히 암컷인 나무이고, 이러한 암그루를 가로수로 사용하지 않고, 수 그루만 가로수로 사용한다면 은행나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열매를 맺기 전부터 나무를 키워야 하는데 어떤 나무가 암컷이고, 어떤 나무가 수컷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키워보고 열매를 맺는지 봐야 암수 구별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역시 과학에 있다. 몇 년 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은 묘목의 잎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암수 구별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앞으로는 암그루 은행나무는 숲속에 심고, 수그루만 가로수로 사용한다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다.
은행나무는 가로수나 열매를 먹기 위해서 키우기도 하지만 약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키우기도 한다. 우리주변에 흔하다 보니 아무 곳에 가도 볼 수 있는 나무로 착각하기 쉬운데 은행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주로 자라고 있으며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소수로 식물원 등지에서 재배하고 있는 특이한 나무이다. 이런 은행나무는 혈액순환개선제로 사용이 되는데 아쉽게도 약성분을 개발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다. 원료는 우리나라의 은행잎을 사용하지만 약은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다시 사와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생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다. 은행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은빛 살구를 닮았다고 해서 은행(銀杏)이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이 이름으로 인하여 논란이 된 사건이 있다. 바로 공자의 행단(杏壇)에 대한 해석이다. 행단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베풀었던 단(壇)을 가리키는 것인데, 행단에 있는 나무가 살구나무인지 은행나무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단의 행(杏)을 은행나무로 해석하고, 공자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는 향교에는 대부분 은행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중국의 공자 묘의 행단에는 실제로 은행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사람이 살기 한참 전부터 이 지구상에서 살았던 만큼 역사도, 이야기도 많은 나무인 것이다. 우리주변의 흔한 나무이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나무인 것을 알고 은행나무의 단풍을 물씬 느껴봤으면 좋겠다.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안범철
<이 글은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에 연재되었던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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