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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의태] 의태(mimcry)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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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태(mimcry) 이야기 - (2)

 

  내가 예전 대학시절에 본 영화 중에 잭 니콜슨 주인공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가 있다. 형무소에서 강제노역을 피하기 위해 정신이 멀쩡한 남자가 정신 이상인 것처럼 가장 하면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환자를 완전히 통제하고자 하는 간호원장에 맞서서 자유를 되찾으려고 싸운다는 내용이다. 내가 그 영화를 보았을 당시에는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억압이 심했던 시절이었기에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운다는 이 영화의 내용이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비록 영화의 마지막은 절망적이었지만...

  여기서 뻐꾸기는 미국의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는 속어로 ‘미친 녀석’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영화제목에서 뻐꾸기 둥지는 정신병원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야생에서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뻐꾸기 둥지는 세상에 없다.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우는 대신 다른 새가 만든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도망을 간다. 더욱이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둥지에 있는 배다른 형제들을 모두 둥지에서 떨어뜨려 죽여 버린다. 그리고 양부모의 사랑을 혼자서 듬뿍 받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부모는 뻐꾸기 새끼가 자기 새끼인줄 알고 지극 정성으로 길러낸다. 다른 동물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것을 탁란이라고 한다. 이렇게 야생에서 뻐꾸기 탁란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야비하면서 잔인하다.

  뻐꾸기 외에도 탁란을 하는 동물들은 조류, 곤충, 어류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탁란은 한 생물이 새끼를 기르기 위해 다른 생물(숙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은혜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해를 끼치기에 기생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탁란을 하는 생물은 알을 몰래 낳기 위해 숙주를 속여야 하는데 이때 여러 가지 속임수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감돌고기는 알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꺽지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수십 마리의 감돌고기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꺽지 수컷이 이리저리 감돌고기를 쫒아내느라 정신이 없을 때 암컷이 몰래 알을 낳고 수컷은 그 위에 정자를 뿌리고 달아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꺽지는 감돌고기 알을 지극정성 보호하면서 길러낸다.

  뻐꾸기의 속임수는 더 기이하다. 대개 탁란을 하는 조류는 특정한 종에게만 탁란을 하는데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게 탁란을 한다. 숙주가 되는 조류는 자신의 알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낳은 알과 다르게 생긴 알은 둥지에서 골라낸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뻐꾸기는 진화를 통해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 알과 비슷한 알을 낳는다. 그리고 숙주가 되는 새가 또 다시 진화를 해서 다른 색깔이나 무늬를 가진 알을 낳으면, 역시 진화를 통해 비슷한 알을 낳는 뻐꾸기가 나타난다. 쉽게 탁란을 하기 위해 다른 새의 알을 흉내 내는 것이다(알 의태).

  숙주가 되는 새들은 뻐꾸기가 탁란을 하기 위해 나타나면 알을 낳지 못하도록 공동으로 방어를 한다. 하지만 뻐꾸기의 날개무늬는 매 종류의 것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탁란을 하고자하는 둥지 위를 그냥 휙휙 날라 다니면 맹금류인 매가 나타난 줄 알고 알을 품고 있던 어미새가 둥지를 비울 때를 노려 몰래 알을 낳는 것이다(매 의태). 그리고 알을 낳을 때도 뻐꾸기의 알 무늬와 비슷한 알이 있는 둥지에만 알을 낳는다. 당하는 새들은 억울하겠지만 뻐꾸기의 탁란은 기이하면서도 놀라운 능력이다.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김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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