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Towards Global Eminence
home/이야기  >  박물관 칼럼

박물관 칼럼

제목 [캠퍼스식물] 노란 단풍이 물든 은행나무
조회수 5,166

노란 단풍이 물든 은행나무


  이제 학교에도 완연한 가을이 왔다.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고,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파란 하늘과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무리 나무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소나무와 은행나무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흔하고 다른 나무들과 구분하기 쉬운 나무이다. 또 하나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 열매를 통하여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학교에서도 은행나무 열매가 짓밟혀서 나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냄새가 그리 좋지 못하여 사람들이 인상을 쓰는 일도 제법 많다. 단풍이 들면 아름답고, 주변에 흔하게 있으며, 그 씨앗을 먹기도 하지만 열매의 냄새는 좋지 못한 은행나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은행나무는 열매는 왜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과육이 있는 열매는 대부분 동물이 먹고 그 안에 있는 씨앗을 배설을 하여 멀리 퍼트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은행나무 열매 중에서 냄새를 풍기는 부분은 이 과육인데, 은행열매를 먹고 그 씨앗을 배설하려면 작은 동물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일부 학자들은 은행나무가 고생대부터 지구상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 열매를 먹고 배설하는 과정은 과거 대형동물 중 썩은 냄새를 좋아하는 파충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공룡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는 삵이나 오소리 같은 동물이 먹는다는 보고가 있긴 하지만 은행나무의 씨앗을 퍼트기는 동물은 덩치가 커서 높은 나무에 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공룡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공룡이 선호하는 냄새를 풍기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은행나무의 자생지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종자를 퍼트려 주는 공룡이 멸종되어 사라지고 기후가 변화하면서 과거 11종에 달하던 은행나무속의 식물은 멸종하고 지금은 단 한 종인 은행나무만 사람들에 의하여 키워지고 있다.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인기가 많은데 지금처럼 가을이 되면 냄새가 많이 나고 길거리에서 은행 열매를 채취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교통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은행나무를 유심히 관찰을 해봤다면 어떤 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는데, 어떤 나무는 낙엽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은행나무가 암수딴그루이기 때문이다. 즉, 암컷인 나무와 수컷인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이다.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은 당연히 암컷인 나무이고, 이러한 암그루를 가로수로 사용하지 않고, 수 그루만 가로수로 사용한다면 은행나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열매를 맺기 전부터 나무를 키워야 하는데 어떤 나무가 암컷이고, 어떤 나무가 수컷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키워보고 열매를 맺는지 봐야 암수 구별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역시 과학에 있다. 몇 년 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은 묘목의 잎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암수 구별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앞으로는 암그루 은행나무는 숲속에 심고, 수그루만 가로수로 사용한다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다.

_DSC3155.jpg


  은행나무는 가로수나 열매를 먹기 위해서 키우기도 하지만 약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키우기도 한다. 우리주변에 흔하다 보니 아무 곳에 가도 볼 수 있는 나무로 착각하기 쉬운데 은행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주로 자라고 있으며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소수로 식물원 등지에서 재배하고 있는 특이한 나무이다. 이런 은행나무는 혈액순환개선제로 사용이 되는데 아쉽게도 약성분을 개발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다. 원료는 우리나라의 은행잎을 사용하지만 약은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다시 사와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생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다.
은행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은빛 살구를 닮았다고 해서 은행(銀杏)이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이 이름으로 인하여 논란이 된 사건이 있다. 바로 공자의 행단(杏壇)에 대한 해석이다. 행단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베풀었던 단(壇)을 가리키는 것인데, 행단에 있는 나무가 살구나무인지 은행나무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단의 행(杏)을 은행나무로 해석하고, 공자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는 향교에는 대부분 은행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중국의 공자 묘의 행단에는 실제로 은행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사람이 살기 한참 전부터 이 지구상에서 살았던 만큼 역사도, 이야기도 많은 나무인 것이다. 우리주변의 흔한 나무이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나무인 것을 알고 은행나무의 단풍을 물씬 느껴봤으면 좋겠다.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안범철

 

<이 글은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에 연재되었던 글 입니다. >

 

이전 깨달음의 나무 - 두충
다음 의태(mimcry) 이야기 (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