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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겨레] 잠 못 드는 초보 부모, 뒤영벌도 마찬가지
[애니멀피플]
제 새끼 아닌데도 잠 줄여 돌봐…수면 길이 융통성 사례
벌통 속에서 애벌레에게 먹이를 먹이는 육아 뒤영벌. 외근하는 일벌보다 현저하게 덜 자며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이 로크 교수 제공.
벌통 속에서 애벌레에게 먹이를 먹이는 육아 뒤영벌. 외근하는 일벌보다 현저하게 덜 자며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이 로크 교수 제공.

첫 아기를 얻은 부모는 기쁨은 잠깐이고 수시로 깨 보채는 아기를 돌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고통에 시달린다. 다른 동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쥐 등에서도 육아로 인한 수면 부족이 보고됐다. 나아가 무척추동물인 뒤영벌도 그렇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셰 나가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박사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새끼를 돌보는 일벌 뒤영벌은 심각한 수면 부족과 토막잠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벌통 속 서양뒤영벌의 행동을 녹화해 정밀 분석했다. 잠든 벌은 움직이지 않는데, 더듬이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빛과 진동 등 외부 교란에 무디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관찰 결과, 꿀을 따러 나가는 일벌은 해 지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나는 하루 주기의 생활리듬이 분명했지만, 육아 일벌은 벌통 속에서 온종일 새끼를 돌보고 짬짬이 벌통을 수리하는 일까지 했다. 게다가 뒤영벌은 사회성 곤충이어서 이들이 돌보는 새끼는 자신이 낳은 것도 아니다.

벌통에서 새끼를 돌보는 여왕벌(왼쪽)과 육아 뒤영벌. 가이 로크 교수 제공.
벌통에서 새끼를 돌보는 여왕벌(왼쪽)과 육아 뒤영벌. 가이 로크 교수 제공.
놀라운 건, 끊임없이 먹이를 찾는 애벌레와 달리 움직이지 않고 먹이를 줄 필요도 없는 번데기도 일벌이 잠을 줄이며 돌본다는 사실이다. 나가리 박사는 “먹일 필요가 없는 번데기를 돌보느라 일벌이 그토록 조금 자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온종일 새끼를 돌보는 까닭이 먹이를 더 잘 공급해 새끼가 빨리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가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행동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치에서 번데기를 꺼낸 뒤에도 한동안 일벌의 돌봄은 계속됐다. 연구자들은 뒤영벌 애벌레가 분비한 페로몬이 일벌의 수면 조절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애벌레를 꺼낸 고치에서 페로몬이 모두 증발한 뒤에야 돌봄 행동이 중단된 것은 그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번데기는 적정온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발달에 장애를 빚기 때문에 일벌이 미소환경을 조절하느라 잠을 설치며 번데기를 돌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면 부족은 동물에게 활동력과 인지능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육아 일벌에게서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교신저자인 가이 블로크 교수는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육아 일벌에는 두뇌나 다른 조직에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수면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기구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양에서 먹이를 구하는 군함새는 날면서 하루 몇십분 동안 뇌의 절반씩 잠에 빠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양에서 먹이를 구하는 군함새는 날면서 하루 몇십분 동안 뇌의 절반씩 잠에 빠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최근 적은 수면으로 장시간 버티는 동물의 사례가 잇따라 밝혀져, ‘수면이 흔히 아는 것보다 훨씬 융통성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초파리는 극단적으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건강 피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몇 달 동안 대양을 떠돌며 먹이를 찾는 군함새는 날면서 잠깐씩 눈을 붙인다. 이밖에 대양 위를 며칠씩 자지 않고 장거리 이동하는 철새나 짝짓기 철에 거의 잠을 자지 않는 도요가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육아 일벌의 행동은 끊임없이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며 집을 짓는 벌통의 창시자 여왕벌 행태와 비슷하다”며 “외톨이 벌에서 사회성 벌로 진화할 때 이런 모성 형질이 함께 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는 다양한 표본을 전시하고 있어 기사를 참고하여 방문하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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