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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아사이언스][이강운의 곤충記] 더위 피해 알 속에서 여름잠 자는 붉은점모시나비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view/22822 [230]

기린 목처럼 길게 고개를 내민 눈부시게 샛노란 별꽃 모양의 기린초에 하얀 날개, 붉은 빛 무늬가 화려한 붉은점모시나비가 짝짓기를 하며 열심히 꿀을 빨고 있다. 아무리 잘 그린 그림도 이보다 더 예쁠 수는 없다.뜨거워지는 여름 길목. 

 

높은 산에서 사는 까닭에 Alpine butterfly 라고 불리며 빙하기 때부터 추위를 대비해온, 곤충 가운데 보존 등급이 가장 높은 멸종위기종 1급인 붉은점모시나비는 뜨거운 여름이 곤혹스럽다.생존을 위해서는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고, 번식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온에 적응한 놈들이라 태생적으로 더위를 견딜 수 없다. 먹이가 풍부한 여름이라 포기하긴 아깝지만 차라리 보이지 않는 알 속에서 애벌레로 숨어 지내는 방법을 택했다.

 

숨 막히는 여름 한낮의 열기도 시원한 나무 그늘을 빌리면 우리들은 지낼 만하다. 그러나 붉은점모시나비는 알을 그늘 삼아 그 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아예 여름잠(Aestivation)을 잔다. 올록볼록한 엠보싱 형태의 두꺼운 알껍데기(Chorion)덕분으로 45도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버틸 수 있다.

 

2012년 겨울, 영하 28도 혹한에 활동하는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를 관찰하였고 얼지 않는 가장 낮은 온도(Supercooling)실험을 하여 영하 48도까지 견딜 수 있는 초능력을 확인했다. 불리한 환경인 겨울에 발육을 할 수 있는 생리적 이유는 알았지만, 먹이도 부족하고 질도 떨어지는데 굳이 엄동설한을 선택한 것이 혹시 더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 보았다. 

 

정체모를 것들에 대해 상상하는 재미도 좋지만 하나하나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학적 즐거움은 더 크다.알을 하나하나 까보고 내한성 실험(Anti freezing)에 이어 열 반응 실험(Heat shock stress)을 했다.더위를 참지 못했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중순 경에 알을 낳고 약 16일 동안 모든 신체부위 발생을 마치고 알 속에서 애벌레가 된다. 190일을 알속 1령 애벌레(Pharate 1st instar, Pharate는 그리스어로 '숨겨진'이란 뜻이다) 상태로 있다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부화한다. 기온이 오르고 먹을 것 많아지는 봄에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알에서 부화하여 애벌레가 나온다는 통설(Wikipedia, ARKive)을 완전히 뒤엎는 생활사(Life Cycle). 

 

신진대사율을 낮추고 불리한 생물적,비생물적 환경에 대한 저항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휴면(Dormancy)이다.먹이가 부족하다거나 먹이 질이 떨어지는 경우에 주로 동면(Hibernation),온도 변화를 맞추지 못하는 대부분의 종들은 하면을 하게 된다. 보통 하면은 여름에 시작해서 선선해지는 가을에 끝나 발육과 활동이 재개된다. 그러나 붉은점모시나비는 알 속 애벌레 상태로 하면을 시작해 겨울에 끝내는 아주 특별한 생활사를 갖고 있다.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4층에 붉은점모시나비를 포함한 다양한 곤충 표본들을 전시하고 있어, 기사를 참고하여 관람한다면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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